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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봐도 모자라는 제주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비양도의 오름, 차귀도와 수월봉의 절경이 하늘의 여행객을 반긴다. 한라산 영실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다랑쉬오름의 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선흘과 저지 곶자왈의 이끼 숲과 고요한 아침, 멀리서도 포근한 동백동산의 능선과 먼물깍의 노루 소리, 한여름 시원한 용천수의 기쁨은 또 어떠한가. 쇠소깍의 흐름은 섶섬, 문섬, 범섬으로 펼쳐진다. 연산호 바다 숲은 도화돔, 주걱치, 자리돔의 안식처이고 태평양을 거슬러 온 등 푸른 물고기의 앞마당이며 남방큰돌고래와 오키나와의 기억을 닮은 푸른바다거북의 고향이다. 대자연과의 만남, 바로 우리가 제주로 떠나는 이유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아름다움이 알려질수록 제주 관광객 숫자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2010년 이후 제주 관광객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고, 2016년에는 관광객 1500만명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지방이 인구 유출로 고민하는 것에 반해,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 도민 68만명에 연간 관광객 1500만명의 시대, 그 이면은 어떠한가.

지난 연말,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오폐수 때문에 물질 작업이 불가능하다”며 제주도청에 찾아가 생존권을 요구했다. 섬 주민이 의존하는 지하수는 관측 이래 최저 수위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은 제한급수가 실시되었다. 소각장에도 매립장에도 처리량을 넘는 쓰레기가 날마다 쏟아지면서 압축해 쌓아놓거나, 수십억원을 들여 육지로 쓰레기를 보내 처리했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물이 제주만의 독특한 경관을 망치고, 교통량 증가를 이유로 비자림로 숲길을 벌목했다. 수용력을 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제주의 자연은 훼손되고 주민의 일상은 흔들렸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현상의 전형이다.

현재 갈등 중인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우리에게 과연 ‘제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11월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용역’의 결과에 따라 제2공항 최적 대안으로 성산읍 일원을 선택했다. 제주공항 수요 추이는 2020년 3211만명, 2030년 4424만명, 2035년 4549만명 등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측됐다. 사전타당성 용역 당시 비용편익은 무려 10.58이었다.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핵심 요지였다. 수요 추이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지만, 설령 국토교통부의 제주공항 수요 추이가 맞다 하더라도 ‘과잉관광’을 그대로 용인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제주의 자연과 환경이 4500만 관광객을 무한정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해 ‘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원회’는 안개일수 오류, 오름 절취 누락, 지반 정밀조사 생략, 철새도래지 평가 제외, 대안지 의도적 탈락 등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의 중대한 결함을 확인했다. 제2공항 성산 후보지 선정을 취소하고 원점 재검토를 제안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검토위원회를 강제 종결시키고 1주일 전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착수보고회를 비공개로 열었다. 국토교통부는 공항사업을 추진하면서 보고서 조작, 비용편익 부풀리기, 주민 의견 무시, 사업 강행 등을 반복하고 있다.

제2공항 사업 추진 절차상의 문제와 함께 양적 팽창 일변도의 개발 정책에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기다. 유네스코 3관왕인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과 제주도의 환경·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수용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지속가능하지 않겠는가.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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