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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 변호사를 지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는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각각 내정했다. 김용준 전 총리 지명자가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사퇴한 지 열흘 만이다. 계속 지연되던 총리 인선이 설 연휴 전에 이뤄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 총리 지명자는 30년간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특수수사통’으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정 지명자 발탁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본다. 이번 지명자마저 낙마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부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 당선인 측은 각종 채널을 동원해 정 지명자를 검증했다고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 지명자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DB)


하지만 박 당선인의 용인술은 사전검증 강화 부분을 제외하고는 김 전 지명자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장 출신에 이어 또다시 법조인을 택했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출신에 이어 공천위원장을 지낸 인사를 발탁했다. 법치를 중시하는 국정철학과 ‘한번 믿고 쓴 인사는 계속 쓴다’는 인사스타일을 반영하는 동시에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정 지명자가 걸어온 길이나 박 당선인과의 관계 등으로 미뤄볼 때 책임총리제 구현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정 지명자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총리의 역할을 두고 “(대통령을) 정확하고 바르게 보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책임총리보다는 비서실장의 역할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에서 책임총리는 형해화하고 ‘관리형 총리’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어제 인사에서는 청와대 내 장관급 3인 가운데 비서실장을 제외한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만 내정됐다. 비서실장은 새 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인선에 관여하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자리다. 비서실장 인선을 미룬 것은 결국 후속 인사도 박 당선인이 전권을 쥐고 하는 기존 방식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장관급 3인 중 2인이 4성 장군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지켜져온 ‘문민 우위’ 원칙이 약화되는 것 아닌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통일·외교·국방정책을 거시적으로 다뤄야 하는 안보실이 지나치게 강성으로 흐르거나 경호실이 ‘권력 속의 권력’ 노릇을 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인사는 절차적으로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총리 지명자를 대통령 당선인 대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발표한 점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설 연휴 전날 발표한 것도 언론의 검증을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국회는 두 번째 총리 후보라는 이유로 검증에 소홀해선 안된다. 정 지명자 아들이 허리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을 위해 내각과 청와대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경향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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