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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이 정책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공약은 차등 지원으로 후퇴했고 4대 중증질환의 100% 국가 보장 공약은 3대 비급여 항목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과 여론도 진보·보수 양 진영으로 나뉘어 ‘복지 강화’와 ‘출구 전략’ 사이에서 널뛰기하는 양상이다. 대선정국 최대 화두이자 새누리당 집권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표 복지’가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고 우려스럽다.


새 정부 복지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소요되는 재원의 규모와 그것을 마련하는 방안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의 진정성 또는 현실성 논란과도 직결되는 대목이다. 공약을 과대포장했거나 소요 재원을 과소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주요 일정이 폭주하는 집권 첫해에 복지제도의 새 틀과 세부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짜는 것은 물론 기만적인 공약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8일 경향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도 복지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부담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이 51.5%로 나타났고 복지공약을 수정·변경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63.4%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쪽(36.2%)보다 많았다. 공약 이행 이전에 국민 신뢰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기초연금,중증질환 공약 이행 촉구 (경향신문DB)


박근혜 복지공약을 흔드는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박 당선인 스스로에게 있다. “복지를 위한 증세는 없다”고 못박으면서 운신의 폭을 좁혔기 때문이다. 묘수를 찾으려다가는 꼼수가 나오기 십상이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추경 재원의 상당수를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대의 복지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우는 대규모 국채 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라도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복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과제다. 박 당선인의 소신이기도 하다. 그 의지가 처음부터 흔들려서는 안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게 마련이다. 지하경제 등 추가 세원의 발굴, 건설·국방 등 불요불급한 예산의 절감, 부패 근절과 투명성 제고 등도 복지 확대의 원군이 될 수 있다. 부수적으로 조세·예산개혁 등도 이룰 수 있다. 복지를 위한 증세 논란은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지 않고 복지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을 때 힘을 얻게 마련이다. 새 정부는 ‘박근혜표 복지’의 실현을 위해 진정성과 의지를 갖고 정도를 걷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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