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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금명간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일정을 못 박아 두면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 일부가 탄핵에 반대할 것이라는 기대로 마지막 호소에 나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어제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퇴진’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3차 담화 발표 때 박 대통령이 스스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한 바도 있어 추가로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4차 담화를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자신은 선의로 국정을 운영했을 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추가 담화를 통해 또다시 미르재단 설립은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자신이 측근들에게 모금을 지시한 행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이는 동어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변명을 시민이 되풀이해서 들을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를 번번이 거부해온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겠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이런 해명은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2월6일 (출처: 경향신문 DB)

4차 담화의 주목적은 탄핵으로 기울어 있는 새누리당 내 의원들의 탄핵 표심을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의 뜻은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한다 해도 탄핵하고 단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 나선들 시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박 대통령이 죄상을 다 고백하고 진솔하게 사과해도 탄핵을 되돌리기는 늦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과 사과를 함으로써 탄핵을 피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도 변명과 꼼수로 시민을 우롱하다 탄핵안 표결이 눈앞에 닥치자 뒤늦게 사과하겠다는 것은 정말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미 마음속에서 박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이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앉아 탄핵 찬반 의원들의 리스트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제발 포기하기 바란다. 9일 탄핵안 표결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대통령으로 뽑아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바람직한 태도이다. 마지막까지 꼼수로 권력을 유지하려다 무너졌다는 참담한 기록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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