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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증인으로 채택한 재계 총수 9명에 대한 청문회가 오늘 열린다. 재계 서열 1위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생방송 청문회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기업의 유착관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만큼 시민의 눈과 귀는 청문회에 쏠릴 것이다. 청문회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현대차), 최태원(SK), 구본무(LG), 신동빈(롯데),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허창수(GS), 손경식(CJ) 회장 등이 출석한다고 한다.

의원들은 총수들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자금의 성격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 출연금이 계열사의 합병 지원이나 총수의 사면 등 대가성을 기대한 뇌물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그룹은 최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건넨 것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단 출연의 대가로 ‘두 회사의 합병이 공정성을 잃고 이 부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면세점 허가를 받은 것이 롯데의 재단 출연 대가인지 밝혀내야 한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 출연한 주요 기업 및 현안 (출처: 경향신문 DB)

발등에 불이 떨어진 총수들은 초유의 사태를 맞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한다. 관심이 집중될 증인과 멀리 떨어진 좌석에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돌발질문에 대비해 버스·전철 요금도 외운다고 한다. 걸음걸이에 맞춰 동선을 확인해보고, 고령인 경우 구급차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모의 청문회’를 열어 준비하는 총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모면하려는 모습만 부각될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진실규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의원들은 의문을 해소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쓸데없는 망신주기나 윽박지르기로 낭비해선 안된다. 총수들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잘못한 부분은 솔직하게 시인하고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시민과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다. 특히 재벌 개혁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앞으로 촛불은 재벌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재벌 총수들은 이를 회피할 생각만 한다면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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