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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겠지만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K스포츠·미르 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발언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안 지사는 “어떤 선의라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진의”라고 해명했다. 일종의 비유와 반어법을 쓴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장의 청중들은 그의 발언에 웃음을 터트렸다. 강연에서 안 지사는 ‘반대하는 정치, 싸우는 정치, 비난하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선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권행보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재경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서 축하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지사는 현재 대선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야권의 유력 후보다.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도 검증의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헌법재판소에선 박 대통령의 5가지 헌법위반과 8가지 법률위반 사항에 대해 심리 중이다. K스포츠·미르 재단 모금을 위해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했다는 뇌물죄도 그중 하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인사만 20명이 넘는다. 이들의 범죄 행위가 선의에서 비롯됐다고 보기에는 저지른 일이 너무 어마어마하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지금은 법리의 일자일구를 다투는 엄중한 시국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 측은 일관되게 ‘선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지사의 ‘선의’와는 다른 의미겠지만 선의는 이렇게 얼마든지 왜곡되고 오해받을 수 있는 발언이다. 더구나 범의(犯意)는 범죄 구성의 중요 요건이다. 박 대통령은 공식정부 위에 사설정부를 운영했고, 최순실은 대통령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챙겼다. 설사 어떤 선의가 있었다 해도 악행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안 지사는 충청, 50~60대 이상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빨아들이며 지지율 20%대를 돌파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의 발언은 중도·보수 표 확장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여소야대 협치를 위한 대연정 구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가 시민들에게 준 상처가 매우 깊다는 사실을 유력 후보인 그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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