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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해 대통령과 국회에 귀국보고를 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다.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반 총장이 구체적 귀국 시기까지 못박음으로써 그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더라도 미국 대학 등에 2~3개월 머물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반 총장이 임기 종료 후 곧바로 귀국할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선 경쟁이 조기에 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 총장을 만난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의 마음은 이미 뉴욕 유엔본부를 떠나 서울에 와있는 듯싶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에 빨리 들어오겠다고 하고, 와서 국민과 접촉을 세게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서 활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충청권의 맹주’로 통해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반 총장의 적극적 행보에 영향을 미쳤음직하다.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이 퇴임하자마자 대선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후한 평가를 받지도 못한 터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반 총장을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 중 한 명으로 평가한 게 대표적이다. 임기가 석 달 이상 남았는데 벌써부터 귀국보고 운운하는 일이 마뜩잖은 이유다. 물론 ‘개인 반기문’은 자유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대선 출마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남은 임기 동안에는 국내 정치를 잊고 현 직무에 집중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우선이다. 지난 5월 방한 당시 밝혔듯이 “내년 1월1일이 되면 한국 시민으로 돌아오는” 만큼 대선 출마 문제는 그때까지 접어두는 게 도리다.
그런 연후 최종 결심을 한다면 ‘왜 반기문이어야 하는지’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충청·TK(대구·경북) 연합론’ 같은 지역주의 담론에 기대는 식은 곤란하다. 과거 많은 인사들의 이름 뒤에 ‘대망론’이 붙었다. 그러나 정치 외부 영역에서 쌓은 명성에 기반을 둔 대망론은 대부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 교훈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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