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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 빈도를 늘려가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2월16일 박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잘못된 통치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 것이 그런 예들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 인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까지 발을 묶고 있다. ‘지금은 대북 제재에 주력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급기야 최근 북한의 수해를 계기로 북한 인권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얄팍한 접근의 일단이 드러났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함경북도 일대 대규모 수해 복구 지원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 당국을 비판했다. “(수해 복구가) 당면한 북한의 과업임에도 불구하고 그것과는 관계없는, 민생과는 관계없는 부분에 자기들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북한의 책임이 먼저 다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논리였다.

북한 당국의 무책임을 지적한 점에서 타당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인도적 대북 지원 불가 논리로 사용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도적 지원’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인도적 지원은 정부가 강조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적 위기 상황을 조금이나마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 대변인 논리대로라면 김정은 정권이 있는 한 그 어떤 인도적 대북 지원도 불가능해진다.

국가에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 의무를 부여한 ‘북한인권법’과도 배치된다.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 접근한다는 정부의 최근 정책적 입장과도 모순된다. 수해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생존 위기를 외면하면서 통일을 위해 그들에게 나서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통일부가 인도적 지원 개념을 모르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통일부가 ‘윗선’의 강경 분위기에 눌려 인도적 지원의 ‘인’자도 못 꺼낸다면 ‘억지’ 논리를 개발하기보다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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