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태풍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대홍수가 발생했다. 북한 매체들은 해방 후 가장 큰 재앙이라고 보도했다.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은 사망자가 138명, 실종자는 40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재민이 무려 14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북한에서 매년 재해가 되풀이된다고 하나 피해 규모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재해복구 수단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겨울이 조만간 닥치면 주민들의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수해는 자연재해적 성격이 강하나 북한 당국이 핵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민생을 외면한 결과다. 일차적 책임은 주민을 돌보지 않은 김정은 체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수해 지원 등 긴급 구호성 인도지원에 대해 “피해 상황, 시급성, 필요성 등과 함께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민족적 연관이 없는 국가 간에도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인식은 실망스럽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하는 게 지난 4일부터 시행 중인 북한인권법에도 부합한다. 재해를 당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외면하면서 인권 개선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모른 체하는 것은 북한인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재난 물품 위주로 지원하고 민간 대북지원단체나 국제비정부기구, 유엔기구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세력은 인도주의적 지원 목소리를 종북 좌파 운운하며 배척하려 해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홍수나 가뭄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 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 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한국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응으로 남북대화의 동력은 현재 완전히 꺼진 상황이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방침을 밝히더라도 북한이 수용할지 불확실하다. 그래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히고 북한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 꾸준하게 이뤄지다 보면 남북 간에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