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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 파동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파동이 두 달째로 접어들었으니 상황이 정리되고 해결책이 나오는 게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어떤 식품에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들어있는지 소비자들이 헷갈리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로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이 와중에 이엽우피소는 건강기능식품만이 아니라 주류와 홍삼 제품에서도 검출돼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제품은 판매중단이나 회수 조치됐고, 홈쇼핑 등 유통업체는 대규모 환불 사태를 겪고 있다.

가짜 백수오 파동을 키우고 있는 것은 보건 당국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제 128개사 207개 백수오 제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40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으며 10개 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머지 157개 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시판 백수오 제품 가운데 70% 이상의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식품안전을 책임진 당국이 기본적인 성분검사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식약처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원료의 유전자(DNA)가 파괴돼 제품 속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여 전 전문 검사 기관도 아닌 소비자원이 32개 백수오 제품을 조사해 21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사용된 것을 확인한 것을 감안하면 이 설명은 군색하다. 식약처가 무능한 것인지,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알고 싶다.

'백수오 파동'에 홍삼도 울었다 (출처 : 경향DB)


식약처는 그제 발표에서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섭취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 등지에서 식품원료로 사용돼 왔지만 인체에 해를 미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해롭지 않다면서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이번 파동이 해당 성분이 든 제품을 복용한 뒤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된 것을 모른단 말인가.

소비자 불안과 시장 혼란을 바로잡는 길은 하나다. 어느 백수오 제품에 가짜가 들어있는지 제대로 가려내고, 가짜 제품과 해당 업체에 대해 법적 제재를 하는 것이다.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 판정도 빠를수록 좋다. 이는 식약처의 신뢰 회복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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