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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 군(메르스) 환자가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지 일주일 만에 5명으로 늘어났다. 최초 감염자와 그의 부인, 병실을 같이 쓴 환자 등 3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인 지난 21일 보건당국에 의해 자가 격리됐던 밀접 접촉자 64명 가운데 2명의 추가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최초 감염자와 같은 병실을 쓴 환자를 간호한 딸과 최초 감염자를 치료한 의사로서 모두 2차 감염이라고 한다.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성이 약하다는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전파력이나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메르스 환자가 5명 이상 발생한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유독 국내에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데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네번째 감염이 확인된 40대 여성은 아버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자신도 증세가 의심된다며 보건당국에 검사와 격리 치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당국은 38도 이상의 발열과 급성호흡기 증상을 보여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워 이를 거절하다가 지난 25일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오른 뒤에야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당국은 체온 38도에서 37.5도로 유전자 검사 시행 기준을 낮추고 밀접 접촉자가 원할 경우 격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뒷북 대응에 나섰다.

최초 감염자의 중동 여행 사실을 일찍 파악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6월 메르스중앙방역대책반을 꾸려 메르스의 국내 발병에 대비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최초 감염자가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귀국한 뒤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이며 병원 3곳을 전전하도록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환자가 중동에 다녀왔다고 일찍 밝혔더라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인 검역·감시체계부터 구멍이 뚫린 셈이다. 그 결과 가족과 다른 환자, 의료진 등 60여명이 메르스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태를 빚었다.

28일 메르스 의심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한 병원 응급실 앞에 메르스 의심 증상을 의료진에게 알려줄 것을 요청하는 글이 붙어 있다. (출처 : 경향DB)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 출석해 메르스 발생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방역 대책에 있어 기존의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과잉 조치로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장해서도 안되겠지만 안이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우고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보건당국은 아직 3차 감염이 없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중, 삼중의 치밀한 관리와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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