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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의 한 공군부대에서 지난 18일 신형 지대공 미사일 ‘천궁’ 한 발이 정비 중 발사돼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민가와 떨어진 곳인 데다 오작동 시 자동으로 미사일이 폭발하게 설계됐기 때문인지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40㎞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이 고도 7㎞ 상공에서 폭발한 터라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과거에도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사고는 몇차례 있었다. 1998년 12월 인천 공군 방공포대에서 탄두가 장착된 나이키 지대공 미사일 1발이 오작동으로 발사돼 파편 수만개가 인근 주택가까지 날아든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주민이 다치기까지 한 최악의 사고였다. 이듬해 10월에는 충남 보령에서 사격훈련 중 같은 기종의 미사일이 폭발했다. 그런데 두 미사일은 모두 제조사가 성능 보장 기간을 몇년씩 넘긴 낡은 무기였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미사일 회로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은 구형 호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비 8000억원을 들여 국내에서 자체 개발 중인 최신형 미사일이다. 2017년 11월 실사격 후 실전 배치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버튼도 누르지 않았는데 오발사됐다는 군의 설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공군 측은 일단 기계 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천궁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보다 낮은 고도의 비행물체를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 중 하나다. 이런 무기에 기계적 결함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군은 곧 최대 20㎞ 고도의 탄도미사일도 맞혀 떨어뜨리는 천궁 개량형도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추정대로 기계 결함에 의한 사고가 맞다면 보완 조치가 나올 때까지 이 미사일의 운용은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미사일 방어태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20년 만에 일어난 미사일 오발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 일이다. 군 당국은 숨김없이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해 다시는 이런 사고로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뒤늦게 군 기강 해이에 의한 사고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는 곤란하다. 한국산 무기의 신뢰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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