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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할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차 기본계획은 여성의 고용과 사회참여 평등, 일과 생활의 균형, 여성 안전과 건강 증진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성별 임금정보 공개, 온라인 성범죄·스토킹 처벌 규정 강화,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우리는 개별 정책의 타당성과 효용성을 따지기 전에 여가부의 ‘철학’을 묻고자 한다.

여가부는 2차 기본계획 확정에 앞서 지난달 16일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계획안에는 ‘함께하는 성평등,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라는 ‘비전’이 명시돼 있었다. 4개 목표 가운데에는 ‘성평등 시민의식의 성숙’이 포함돼 있었다. 20일 확정된 계획은 달랐다. 전자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사회”로, 후자는 “성숙한 남녀평등 의식 함양”으로 바뀌었다. ‘성평등’은 실종됐다. 보수 개신교계 등 일각에서 ‘성평등’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자 여가부가 굴복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성평등은 동성애를 포함해 다양한 성정체성 간의 평등을 의미한다. 2차 기본계획의 중요 문구에 성평등이란 용어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공청회에선 일부 참석자들이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여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

‘성평등’ 반대론자들은 “성 관련 기본정책을 성평등에 두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제10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야말로 반헌법적이다. 특정 집단을 배제한 ‘양성평등’은 평등일 수 없다. 또 다른 차별이고 혐오일 따름이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책의 범위와 제도를 고려해 두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계획안과 확정된 계획 사이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졸렬한 거짓말이다. ‘비전’과 일부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부 혐오 선동 세력에 휘말리지 말고 명확한 성평등 정책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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