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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동 25만3000명은 내년 9월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여야는 4일 내년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를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 원칙을 포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은 0~5세 아동 253만명에게 매달 10만원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7월부터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국민의당은 “고소득 가구의 자녀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며 선별적 아동수당 지급을 주장해왔다. 아동수당 지급시기도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내년 10월로 늦출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아동수당 지급 시기를 내년 9월로 조정하고, 소득 상위 10% 가구는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선별적 복지로 한발 물러섰다. 여야는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정략적 협상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10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학생 더불어 큰 숲 놀이 대축제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상위 10% 가구를 제외하면 내년 아동수당 예산 1조1000억원에서 1000억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지만 부작용이 만만찮다. 소득 상위 10%를 가려내려면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재산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막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맞벌이 가구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소득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일부 수급자는 월 10만원이 아닌 감액된 금액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보편적 복지 원칙을 훼손한 것은 여야 모두 비판받을 일이다. 시민들은 이미 무상급식을 통해 보편적 복지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아동수당도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 20개국은 부모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아동의 양육을 함께 책임진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보편적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향후 아동수당 차별 지급 방안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 모든 시민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고, 고른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 원칙이 무너지면 사회통합으로 가는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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