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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 새벽 342조원 규모의 2013년 새해 예산안을 채택했다.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해를 넘긴 지 6시간 만에 통과시키는 진통을 겪었다. 5년 만에 처음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채택했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아쉬운 일이다.
새해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었고, 전체의 30%를 차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복지예산은 97조원이었지만 대선이 치러진 이후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2조원이 더 늘었다. 여기에 민간에 사업을 맡기고 정부가 금리를 대주는 방식의 복지사업 5조원을 합치면 실질적인 복지예산은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복지예산이 늘어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처럼 복지예산이 많이 늘어난 것은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본다. 대선 과정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함께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가 현안으로 떠올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성탄절을 맞아 다일복지재단 관계자들이 노숙인들에게 방한복·도시락 등을 나눠주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복지 수준은 갈 길이 멀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9.3%)에 못미치는 것은 물론 최하위 수준이었다. 복지예산이 많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인 집행이 이뤄질 것인지도 철저히 챙기고 따져야 한다. 예산만 늘리고 집행 과정에서 소홀함이 생긴다면 도움이 필요한 계층은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새 정부도 이른바 복지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각별히 유의해주기 바란다.
새해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여야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긴 것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구태였다. 지역 인프라 구축에 쓰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정부가 제출한 것보다 3710억원 더 늘어난 것이다. 복지예산이 정부안보다 3000억원 더 늘어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이런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라를 지키는 국방예산,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연구개발(R&D) 예산도 깎는 판에 실세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사업을 챙기는 데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오죽했으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한 예결위원이 “국가예산을 다루는 분들이 이래도 되느냐”고 따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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