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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기어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택시도 버스나 철도처럼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택시법안을 지지하는 여론은 택시업계를 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권이 처음부터 제대로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여야 합의로 택시법안을 발의하고 강행 처리한 탓이다. 여야는 택시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지만, 따지고 보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택시업계 종사자 30만명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입법권이 아무리 헌법상 국회의 고유권한이라지만 택시법안 처리는 ‘입법권의 남용’이란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경향신문DB)
택시법안의 입법 취지는 택시회사의 경영난과 운전기사의 열악한 처우 같은 택시업계 현안을 정부 재정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은 방향부터 틀렸다. 택시업계가 현재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근본 원인은 택시 대수가 너무 많고 요금이 싼 데 있는 만큼, 해결책은 당연히 구조조정을 통해 대수부터 줄이고 요금을 올리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현안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재정 지원으로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은 밑 없는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 뻔하다. 정부 지원이란 든든한 ‘백’이 생긴 마당에 누가 구조조정을 하려 할 것인가.
택시법안에 따른 정부의 택시 재정 지원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현재 전체 택시의 65%를 차지하는 개인택시는 자영업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는 과잉공급돼 있고 이용객은 적은 탓에 돈벌이가 신통치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세금으로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운전기사의 열악한 처우는 어떻게든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택시법안의 방법은 분명 잘못돼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무리하게 택시법안을 강행처리한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사실 택시업계의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됐지만 정부는 그동안 해결 방안을 적극 강구하지 않았다. 여야가 지난해 말 택시법안 처리 방침을 밝히자 부랴부랴 특별법 제정을 택시업계에 제안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택시법안 입법으로 대중교통정책은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제라도 정부는 택시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정부 재정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택시가 고급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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