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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한국 문화계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걸개그림 철수,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 등
사상·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훼손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
대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상영 취소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영화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12개 영화인단체가 어제
공동성명을 내고 “위원장 사퇴 권고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다이빙벨> 상영 당시부터 서 시장이 이용관 위원장을 ‘괘씸죄’로 손 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후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최근 초청작 선정 관련 규정 위반 등 19개 지적사항을 이
위원장에게 전달하며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감사 결과 위법이나 비리가 밝혀졌다면 사법처리 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부산시는 영화제 운영 개선 필요성 등에 대한 입장 자료만 내면서 우회적으로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했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배우 강수연(왼쪽부터), 서병수 부산시장 내외, 배우 안성기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출처 : 경향DB)
부산국제영화제는 출범 이후 줄곧 정치와 관의 개입을 거부하는 전통을 지켜온 것으로 유명하다.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한 것도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시가 이 위원장 사퇴 명분 중 하나로 ‘프로그래머 활동의 독립성
유지’를 들었다지만, 프로그래머의 독립성을 훼손한 건 다름 아닌 부산시다. 영화단체도 성명에서 “프로그래머의 작품 선정 권한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제가 존립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독립성의 핵심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더라도 불법이 아니라면 포용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인 목적에서 특정 영화의
상영 취소를 요구하고, 그것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위원장을 몰아내려는 시도야말로 문화예술에 대한 억압이자 월권행위다. 부산시장은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까지 거론하는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중단하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신과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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