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10월 2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 대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그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2~3개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과 대화한다”고 말했다. 이만큼 확실한 대화 의지 표명도 드물다. 북·미 지도자 사이의 막말 릴레이로 벼랑 끝 대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마침 러시아도 적극 북·미 대화를 중재할 의사를 밝혔다. 한국과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관되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북한만 수용한다면 당장이라도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북·미 대화 채널은 미 국무부와 북한 뉴욕대표부 사이의 뉴욕채널과 반관반민 형식의 이른바 ‘1.5트랙’ 채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에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길은 없다. 다만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핵·미사일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수준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막말을 주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의중을 확인하는 탐색적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 짐작한다. 물론 이런 대화도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극한 대치 속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단히 소중하다. 또한 북·미 간 현안을 논의하는 협상이 언제나 낮은 단계의 대화에서 발전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국제적인 대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이는 탐색대화에서 현안을 둘러싼 미국과의 이견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은 핵보유국 입장에서 미국과 담판하려 할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 국무부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국제사회가 그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한다면 압박과 고립만 심화될 뿐이다. 북한은 핵개발이 정권 생존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정권붕괴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확인하려면 북한이 대화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