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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공개한 ‘2013~2017 공정거래위원회 출입·방문기록’에 따르면 이 기간 중 공정위를 찾은 대형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직원이 3168명에 이른다. 주말과 공휴일을 빼면 하루에 2.6명꼴이다. 법무법인 세종·광장·태평양·율촌·화우 등 방문직원은 610~794명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에서는 삼성전자 직원 618명이 공정위를 찾은 것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 직원 수백명이 방문했다. 재판관과 유사한 권능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 직원을 만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불공정 행위다. 중소기업 직원은 공정위 직원을 한 번 만나기도 힘든 반면 대기업과 로펌 직원들은 사랑방 드나들 듯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 공정위 출신이 50명 이상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공정위 직원을 만나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공정위와 대형 로펌 간 커넥션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의 담합제재가 이뤄지면 가장 재미를 보는 곳이 법무법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5년간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 20명 가운데 13명이 대기업 임원으로 갔다. 이들의 역할도 전관으로서 후배 공정위 직원을 만나 부탁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공정한 업무처리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공정위는 뼈를 깎는 각오로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투명성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직무 관련자와 외부인 간의 사적인 접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재취업 심사대상을 4급에서 조사부서의 5~7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로펌 직원과의 접촉 여지는 남겨두었다. 그리고 4급 이상의 재취업 심사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이상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공정위는 재작년에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사건처리 절차 3.0’이라는 개혁안을 낸 적이 있다. 지금이 그때보다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묻고 싶다. 공정위는 이번 셀프개혁안으로 과거 공정경쟁을 훼손하는 잘못에 대해서는 눈감고 넘어갈 요량인 것 같다. 말뿐이 아니라 과거 적폐청산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받는 공정위로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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