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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과의 핵협상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했다. 합참은 유사시 북한의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전략무기 발사 장면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가상의 평양을 타격하는 장면은 자극적이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맞대응으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한국이 더욱 엄중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오전 동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타격훈련에서 한국군 탄도미사일 현무-2A(왼쪽)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양국 군의 맞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확고한 미사일 연합 대응태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응은 과거 북한 도발 시 정부가 말로만 강경 대처를 외쳤다는 비판여론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여론에 부응하는 효과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무력시위는 해답이 될 수 없다. 그것으로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강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것이 가능했다면 북핵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상대에게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을 제공해 결국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무력시위는 남북 당국 간 교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렵게 이끌어낸 북핵 및 남북관계 구상도 구체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공감을 얻어낸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접근 방안이나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정부는 군사적 대응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정세가 급하고 험하다고 해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북한이 금지선에 다가간 만큼 중대 국면으로 인식하고 난국 타개를 위해 창의적인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주는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 대북 물밑 접촉을 꺼릴 이유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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