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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전 대선후보를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홍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선거 결과 친박근혜계가 대거 퇴장하고 홍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위주로 당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로써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이정현 대표가 사퇴한 후 6개월 만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홍 대표는 위기에 처한 당을 재건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한국당의 상황은 보수당으로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한국당 지지율은 7%였다. 원내 의석 107석이나 되는 제1야당의 지지율이라고 할 수 없는 수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시민들은 한국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 같은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한국당은 대선 패배라는 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다. 새 지도부를 뽑으면서도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하기는커녕 막말 경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게다가 홍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도 언론을 향해 궤변과 험담을 했다.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앞둔 처지이기도 하다.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우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최고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결국 홍 대표와 새 지도부가 당을 살리는 길은 혁신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공동체 정신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품격을 갖춘 보수정당으로 거듭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자면 우선 홍 대표부터 경박한 처신과 막말로 정치판과 시민의 귀를 어지럽히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107석을 거느린 당 대표답게 선당후사의 자세로 무겁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케케묵은 종북타령 대신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맞는 한·미동맹 정책과 대북정책을 구사하는 안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홍 대표는 어제 취임 일성으로 인적, 조직, 정책 혁신 등 3대 혁신을 선언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올바른 현실인식이다. 이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바른정당과의 경쟁을 통해 보수의 대표정당으로 거듭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세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첫 시험대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김상곤 교육,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다. 한국당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일 시민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듭나기를 포기한다면 보수 혁신으로 재기할 것이라는 희망도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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