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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이 25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2박3일 일정에 들어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면서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또 “남북관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의 입장에 손을 들어 인사하자,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고문(앞줄 왼쪽 세번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부위원장(뒷줄 오른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뒷줄 왼쪽 두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이긴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북한 대표단은 27일까지의 체류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북·미대화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을 희망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표단의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단에 포함된 북한 외무성 최강일 부국장은 과거 6자회담에 참여한 바 있고, 핵 문제와 대미협상에 정통한 인물이다. 지원인원에는 통역사까지 포함돼 미국과의 대화에 대비했음을 짐작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김여정 특사의 방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했다고 한다. ‘강령적 지시’는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임무를 뜻한다. ‘강령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해 구성된 이번 대표단에 외무성 당국자가 포함된 것은 북한이 북핵 문제에 대한 모종의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한 바 있다. 그 여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북핵 문제의 진전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북·미대화 및 북핵 문제의 진전이 동반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답을 내놔야 할 차례이기도 하다.

보수세력들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이라 몰아붙이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무역을 봉쇄하기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독자제재를 지난주 발표하는 등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논란을 뚫고 어렵게 내려온 만큼 북한이 북핵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대담한 메시지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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