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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25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를 파견키로 한 바 있어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북·미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게 됐다. 북한의 김 부장 파견은 남북관계 소통채널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김 부장은 남한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으로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표단에 자신의 측근을 낙점한 것은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영철 부위원장(왼쪽)과 앨리슨 후커 담당관

문재인 대통령은 북 대표단을 폐회식과 별도로 회동하는 등 최소한 2차례 이상 만날 것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북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거듭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대표단에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포함됨에 따라 남북이 군사당국회담 개최 문제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 등 인적 교류에 대한 실무 논의가 가능해졌다. 북한이 2차례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한이 답방 형식의 고위급 대표단이나 대북특사를 파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북 대표단이 방남 기간 동안 미국 대표단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김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모두 대남통인 데다 이방카와 격도 맞지 않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한 듯 “폐회식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북·미 접촉이 불가능해졌다고 예단할 일은 아니다. 이방카의 방한을 수행하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담당관이 2014년 케네스 배 구출을 위해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과 접촉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조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하는 동력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 10일 김여정-마이크 펜스 회동을 한국이 주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은 힘을 합쳐 ‘평창 이후’에도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다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이라는 대결 구도가 재연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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