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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행태를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적 혼란이 초래됐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우 전 수석의 공소사실 중 상당수는 무죄 선고하거나 공소 기각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8년보다 현저히 낮은 형량이 선고된 이유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나, 시민의 법감정과는 유리된 측면이 있다.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고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장시호씨 사례와 비교하면 더 극명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2월23일 (출처:경향신무DB)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22일 “우 전 수석이 최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비위 의혹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문건을 작성하는 등 진상 은폐에 가담해 국정농단 사태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자신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직무를 방해한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을 고발하도록 요구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부당전보를 지시하고,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에 부당 현장실사를 지시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개별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온전히 재판부의 몫이다. 그럼에도 사법정의라는 관점에서 아쉬움을 지우기는 어렵다. 우 전 수석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에서 단순 방조자에 그치지 않았다. ‘주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범죄를 적극적으로 도운 공모자에 가까웠다. 또한 재판부도 밝힌 대로, 군색한 변명과 안하무인 행태로 일관해 공분을 키웠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을 감찰하기 조심스러웠을 수 있고,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관련자를 접촉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기까지 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줬다.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이번 재판과 별개로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민간인과 공직자를 불법사찰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 앞에서만 유독 무뎌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국정농단 재판과 불법사찰 재판 모두에서 철저히 공소유지하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은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엄정한 단죄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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