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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4일에 이은 두번째 시험발사로, 이번에는 중국과 접경 지역에서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쏘아올렸다. 한·미·일 군사당국은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ICBM급 미사일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으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한 단계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의 협상에 나서라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가 위협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국제평화에 대한 도발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주변 당사국들의 대응은 미덥지 못하다. 한반도 정세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통제하기보다 강경 대응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도발 직후 동해에서 지대지 미사일 등을 쏘며 맞대응했다. 미국은 어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로 전개시켜 무력시위에 나섰다.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사일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 추진과 더불어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응징 차원의 대응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강경 일변도 방식으로 과연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보다는 북한의 도발행위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을 통제하고 불안해하는 시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배치는 사드 부지 일반 환경영향평가 방침과 모순되는 면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서 사드의 군사적 실효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임시 배치’라고 했지만 성주 주민들은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사드는 임시 배치하는 것이며 환경영향평가를 원칙대로 실시하겠다”는 말을 지키기 바란다.

미국은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사실상 방관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중국 역할론에만 매달렸다. 북핵에 대한 실질적 해결 노력을 외면한 미국이 중국만 탓할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자칫 한반도 정세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몰고 갈 수 있다. 북핵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배경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라는 점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보는 도발을 했는데도 미지근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중국의 태도 역시 유감스럽다. 특히 한국의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비논리적이다. 중국이 문제 삼는 사드의 밴드 레이더는 이미 배치 운용 중이며 한국이 추가 배치키로 한 것은 미사일 발사대다. 중국은 사드에 시비걸지 말고 대북한 설득과 압박에 더 매달려야 한다.

북한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기를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제사회의 평화적인 해결방안 모색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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