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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출범이 임박했으나 새 정부의 얼개인 정부조직 개편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여야는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개편안 논의를 위해 여야가 가동한 ‘10인 협의체’가 지난 7일 회의를 끝으로 개점휴업에 빠지는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다음 본회의가 잡힌 18일 개편안을 처리하겠다는 심산인 모양이나 이 또한 불투명하다. 가뜩이나 늦어진 조각을 비롯해 새 정부 운영구상이 큰 차질을 빚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여야의 대치는 인수위가 제출한 조직개편안 원안을 그대로 살리자는 새누리당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보장 등 6개 요구 사항을 내건 민주통합당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상당 부분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자는 여당과 정부의 방송 장악 우려를 내세워 반대하는 야당 사이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에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새누리당의 일방적 개편안 밀어붙이기를 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해 놓은 터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 중 하나로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여야 3명씩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의 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조정위는 최대 90일 운용이 가능한 만큼 여야의 상호 또는 일방의 양보가 없는 한 새 정부 출범에 맞춘 개편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향신문DB)
개편 내용을 둘러싼 이견보다 심각한 문제는 협상에 임하는 여당의 태도다. 새누리당은 협상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은 채 야당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비난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은 원안만 고수하겠다는데 국회가 지나가는 정거장이냐”고 하소연할 정도다. 박 당선인이 “현 조직개편안은 당당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한 발언도 협상을 꼬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무오류’ 논리야말로 전형적인 비소통의 방식일 뿐만 아니라 여당에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공산이 크다. 개편안 처리 지연은 양보 불가라는 박 당선인과 그의 뜻만 살피는 여당의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때 변화와 새 정치를 역설했던 여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크든 작든 정부조직을 손질했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기반 다지기로 이해하지만 정부조직에 정답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도 박 당선인으로서는 자신의 뜻을 구현할 수 있다면 사소한 틀은 양보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고, 야당도 가급적 새 정부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힘을 보태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중간에서 이견을 조정함으로써 타협점을 모색해야 하는 게 여당이다. 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박 당선인의 편에 서서 야당의 일방적 항복을 요구하는 자세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여당은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입만 바라볼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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