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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이른바 ‘삼성 X파일’을 공개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어제 노 대표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재상고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노 대표의 인연 때문에 더 관심을 끈다. 과거 노 대표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황 내정자다. 황 내정자는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국정원 도청 및 삼성 X파일 수사를 지휘했다. 경기고 동기동창인 둘의 운명은 하루 만에 극명하게 갈렸다. ‘공안통’이라는 딱지 때문에 몇 차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황 내정자는 새 정부의 공안 부활 기류를 타고 화려하게 복귀했다. 반면 노 대표는 황 내정자가 쳐 놓은 그물망에 걸려 의원직을 날린 셈이다.


황 내정자 지명과 노 대표 재판을 통해 검찰의 부실수사가 현안으로 부각됐다. 황 내정자는 검찰이 수사한 2건의 국정원 도청 사건에 모두 연루돼 있다. 그는 2002년 불거진 국정원의 휴대폰 도청 의혹을 수사한 담당 부장검사다. 검찰은 이 사건을 질질 끌다 무혐의 처리했지만 3년 만에 도청 사건이 재발하면서 부실수사가 들통났다. 검찰이 사실상 재수사한 2005년 국정원 도청 및 삼성 X파일 사건은 더 부실투성이다. 삼성이 정치권에 건넨 대선자금과 삼성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이 문제의 핵심이었지만 검찰 수사는 엉뚱하게 국정원 도청 사건으로 옮아붙었다. 검찰은 ‘독수독과’(위법하게 얻은 정보는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법 이론)라는 얄궂은 논리를 들이대며 삼성 수사를 회피했다. 정치자금의 전주로 의심받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소환조사도 받지 않았다. 황 내정자는 당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에는 면죄부를 주는 대신 이를 공개한 기자와 불법 도청한 국정원 간부를 기소했다. 황 내정자가 어떤 형태로든 부실수사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다.

통신보호비밀법 위반 ? (경향신문DB)


국회는 황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에 부실수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 도청 사건을 둘러싼 검찰의 재벌 봐주기 및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해소하지 않으면 고질적인 부실수사 관행을 끊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은 물론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문제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도 손질하는 게 옳다고 본다. 도청한 사람이나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이를 공개한 사람 모두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조항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악법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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