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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10개 사립대학 총장들이 모여 미래의 대학 역할을 고민하는 협의체가 공식출범했다. 이들은 어제 ‘미래대학포럼’ 발족식을 갖고 ‘문명사적 기로에 선 대학’이라는 주제의 공개 포럼을 열었다.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대학은 엄청난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는 포럼 창립 취지문은 위기에 처한 대학 총장들의 고민을 담고 있다. “대학들이 새로운 변화를 선도하고 미래 대학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총장들의 미래지향적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한국의 대학이 본연의 연구와 교육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연구를 통해 국가의 지적 자산을 창출하고, 교육을 통해 국가의 고급 인력 자원을 공급하는 지성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학문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완벽하게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학이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대학입시에서부터 취업, 교육과정, 학과 정원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대학을 통제하고 간섭하고 있다.


2014년 수도권 사립대 수용률 하위 대학 _경향DB


막대한 지원금을 앞세워 대학을 길들이려 하는 정부가 우선 문제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마저 내버리는 대학의 문제도 그 못지 않다.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연명하면서 취업학원을 자처했고 기초학문의 붕괴에 앞장섰다. 무분별한 양적 팽창에만 치중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정부의 통제를 불러들인 대학이 바람직한 미래를 여는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연구와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훼손한 당사자로서 총장들은 미래 대학의 길을 제시하기에 앞서 이런 현실에 대한 성찰부터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학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졸자 수가 2018년부터 대입정원을 밑돌게 될 학령인구 급감 현상은 대학의 존재 기반을 위협한다. 산업사회의 변화는 더 강력하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등장으로 2020년에 5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대학에 인재 양성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대학포럼 출범은 주목할 일이다. 출범 시기도 적절하다. 하지만 포럼이 실질적 성과를 낳으려면 대학의 자율성 회복 방안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싸우라는 게 아니라 ‘정부 하청기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나친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만 참여한 포럼이 지방대학들을 배제한 채 기득권 유지 차원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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