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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에서 법의 관용을 호소하는 처지가 된 그를 보면서 시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는 파면된 신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검찰과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과정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모처럼 보여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그가 국정농단의 ‘몸통’이라고 결론짓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그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여느 피의자처럼 공개적으로 서울중앙지법 건물 출입구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게 했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유치장소에서 대기하게 했다. 검찰과 사법부의 이 같은 변화는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노력과 염원으로 부패 권력에 대한 탄핵이 이뤄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기장소인 서울중앙지검으로 가기 위해 검찰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주권자가 위임한 신성한 권력을 비선에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태만과 무능으로 위험에 빠진 어린 생명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통령 권한을 사익 추구에 이용하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사실을 은폐하는 등 국가 지도자답지 않은 행태를 지속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재판관 8 대 0 전원일치 의견으로 그를 파면했다. 특검은 ‘박근혜 게이트’를 “국가권력이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고리인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 남용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는커녕 자기 보전을 위해 극우 성향의 친박 세력에 의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마저도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고, 불리하다 싶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의 유죄판결 확정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의 불구속 수사 원칙 등을 방패로 내세웠다.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인권을 파괴한 그가 법의 보호를 요구하고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처벌은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여야의 대선주자 등 위정자들은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증유의 이번 사태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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