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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예비후보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 관련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지난 주말 안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면 검토 여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대답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안 후보는 “대통령의 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사면)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한 뒤 문제의 발언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안 후보는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기소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 여부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경선후보(앞줄 가운데)가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법으로 정해놓은 시행 요건은 없다. 하지만 사면을 하려면 그에 앞서 범법자의 죄상을 명백하게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은 고사하고 막 구속돼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태이다.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해도 잘못을 뉘우치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엮였다”며 누명을 쓴 것처럼 주장해왔다. 그동안 재벌과 정치인 등 유력자에 대한 사면이 남발되면서 시민의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계속 축소되어왔다. 심지어 사면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차에 국정을 농단해 탄핵되고 구속된 지금까지도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추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시민들로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안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딱 자르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일부 보수층을 잡고자 하는 심정이 반영된 발언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상대방이 비난하는 것은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색깔론을 씌운다’는 황당한 항변을 늘어놓았다. 실망스러운 대응이다.

어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유죄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면을 얘기하는 것은 비열한 선거술책”이라고 사면 논의에 뛰어들었다. 그는 “좌파들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이야기하면서 우파 동정표를 가져가려 한다”더니 “5월9일에 우리가 이겨서 우파 신정부가 들어서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을 등에 업고 표를 얻어보겠다는 의도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정치적 흥정물로 삼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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