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1072일 만에 선체 인양작업이 어제 시작됐다. 선체를 1m가량 들어 올리는 시험인양에 이어 완전히 물 위로 끌어올리는 본인양 작업도 진행 중이다. 3년 가까이 팽목항 임시 컨테이너에 머물며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찾아온 미수습자 가족의 한풀이가 뒤늦게나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시작한 선체 인양작업인 만큼 성공하기를 바란다. “부모의 마음으로 인양해달라”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낸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하면 실패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 선체는 참사의 진실을 밝힐 중요한 증거물이라는 점에서도 선체 인양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참사 발생 3년이 다 돼가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속 시원히 밝혀진 게 별로 없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침몰 과정과 원인 등은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그렇다고 전모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정부의 구조 실패 책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오리무중이다. 특검도, 헌법재판소도 7시간의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대통령과 정부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된다.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22일 저녁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 바지선(맨 앞쪽 배)이 불을 밝힌 채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세월호 참사는 무도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권의 실상을 드러낸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초동대응과 구조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현장으로 달려갔더라도 아이들을 살리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컨트롤타워의 정점인 대통령이 직접 참모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구조작업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도록 지휘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구조작업 중인 해경이 분초를 다투는 시간에 청와대의 지시로 대통령 보고용 동영상 촬영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막을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는 오히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을 조롱하고 억압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고 단식투쟁하는 유족 앞에서 폭식을 하도록 극우단체를 사주하고 지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팽개친 패륜적 행태에 앞장섰다. 이는 영원히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로 꾸려지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를 빨리 가동할 필요가 있다. 미수습자 시신 수습도, 선체 조사도 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대선후보들도 세월호 진실 찾기를 적극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희원의 IT세상]대통령 선거와 네이버 (0) | 2017.03.23 |
---|---|
[김인숙의 조용한 이야기]행복하다는 것 (0) | 2017.03.23 |
[전문가 기고]돌봄의 그물망 위에 세우는 복지국가 (0) | 2017.03.22 |
[노명우의 인물조각보]미혼도 비혼도 아닌 그의 ‘침묵’ (0) | 2017.03.22 |
[시론]‘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효과 거두려면 (0) | 2017.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