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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4일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산·법령·세제·금융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키로 했다. 정부 예산을 늘려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규제는 완화하고, 기업부담은 줄여줘 향후 5년간 글로벌가치사슬(GVC)에 포함될 100개 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법을 정비해 소재부품장비 개발기업을 상시적으로 지원하고 범정부 차원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구성, 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도 약속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중·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지원책이 총망라된 것으로 시의적절하다.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품목은 159개다. 일본이 수출 통제한 1194개 중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이들 품목의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부와 기업이 체계적으로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특정품목을 고시 또는 허가지연 등의 방법으로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출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 경제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54년간 일본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낸 적이 없다. 그 기간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6000억달러(720조여원)가 넘는다. 소재부품장비를 일본에 의존해온 탓이다. 올 상반기 100억달러에 이르는 대일 무역적자 중 3분의 2가 소재부품장비 때문이었다. 반면 이들 품목의 국산화율은 크게 낮다.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국산화율은 소재가 50% 수준이고 장비는 18%에 불과하다. 이러니 일본이 소재·부품 등의 수출 규제를 경제침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원료 확보에서부터 기술개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비용이 늘면서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를 원인적 해결 없이 단순 봉합으로 끝낼 경우 일본은 물론 그 어떤 국가가 언제 또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를 앞세워 한국경제를 흔들어댈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둔 것도 이런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탈일본’은 정부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대·중·소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책을 세울 때 경쟁력 있는 전문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정부도 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일본에 지지 않는 국가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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