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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김혼비는 지난 5월 펴낸 책 <아무튼, 술>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술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청아한 소리”다.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치료한 부분에 술이 닿으면 좋지 않다’는 권고를 듣고는 금주 대신 창의적 방법을 떠올린다. “그럼 안 닿게 마시면 되는 거잖아? 소주를 입에 머금을 새도 없이 목으로 바로 들이부어 꼴딱꼴딱 삼켰다. (맥주로 주종을 바꾼 뒤에는) 빨대를 사용해서 입속에 들어오는 술의 방향을 치료 부위 반대편으로 흘려 넣었다.”

책에는 보드카와 위스키, 코냑과 와인, 칵테일 ‘블러디 메리’도 등장한다.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 ‘사케’ 역시 빠지지 않는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무가 적당히 우려진 국물에 담겨 푹 익기 직전의 꼬치를 쏙쏙 빼어먹으며 온(溫)사케를 마시”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애주가 김혼비도 재작년부터는 규칙을 정해 지키고 있다. ①가급적 평일에는 마시지 말 것 ②마시더라도 새벽 1시 전에는 끝낼 것 ③마시더라도 소주 한 병/맥주 세 병/와인 한 병/위스키나 보드카 넉 잔을 넘기지 말 것 등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때아닌 ‘사케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일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사케를 곁들였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이율배반’이라고 비난하자 민주당은 “이 대표가 마신 술은 국내산 청주인 백화수복”이라고 맞받았다. 보수야당의 공세는 지나치다. 설령 사케를 마셨다 해도 한국 시민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한 일이다. 무엇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일갈했듯 지금 정치권이 사케 따위로 으르렁거릴 때가 아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고위관계자들은 엄중한 시기임을 감안해 음주 수칙을 지켰으면 한다. 김혼비의 규칙을 벤치마킹해보자. ①가급적 낮에는 마시지 말 것 ②저녁에 마시더라도 국산 주류를 마실 것 ③저녁에 마시더라도 소량에 그칠 것!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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