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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국 검사장들에게 e메일을 보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본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문 총장은 “지금의 논의에 검찰이 적잖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수사 총량 축소, 수사착수 기능 분권화 추진, 재정신청제도 전면 확대 등의 운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과오에 대한 자성 없이 밥그릇만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진짜 속마음은 모두발언 이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올라온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이 그동안 전권적 권능을 갖고 일했으니 경찰도 검찰 통제 안 받고 전권적 권능을 행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 총장 발언은 초점을 흐리는 ‘물타기’에 불과하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미우니까 일부 권한을 떼어다가 경찰에 넘겨주자는 저급한 차원이 아니다. 한국 형사사법 체계를 제대로 세움으로써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과정이다.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이 권력과 결탁해 주권자를 배신한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검찰은 자체 개혁 기회를 여러 차례 부여받고도 스스로 내팽개쳤다. 수사에선 경찰, 기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정보권 독점 등 부작용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검찰개혁은 역대 정권에서 번번이 좌초됐다. 검찰의 조직적 반발에다 검사 출신 일부 의원들의 방패막이 노릇이 겹치면서다. 이번에도 과거 사례를 답습해선 안된다.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에 입장을 낼 수는 있으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향해 ‘민주적 원칙 위배’ 운운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도 당사자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한 만큼 검경은 본연의 소임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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