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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5일 버닝썬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속해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 내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모 총경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뇌물죄를 벗었다. 268만원 상당의 10여차례 골프 및 식사 접대 등을 받았지만 직무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없다는 것이다. 액수가 작아 청탁금지법상 과태료 처분 대상일 뿐 형사처벌은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단속사항을 확인해준 것에 대해서만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폭행사건 피해자 김모씨가 제기한 경찰의 증거조작·폭행 의혹 등도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났다. 지난 3월부터 서울청이 광역수사대 전담팀까지 꾸려 벌여온 경찰유착 수사는 큰 죄는 없고, 작은 죄만 묻는 수준에서 끝났다.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5월 16일 (출처:경향신문DB)

경찰이 벌인 106일간의 수사 결과도 ‘구속 4명, 기소의견 검찰 송치 5명, 전·현직 경찰 11명 입건·내사, 카톡방 멤버 수사 중’이 전부다. 사법처리된 사람이 많다고 수사가 잘됐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승리 수사만 봐도 경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준다. 승리는 12차례의 조사와 18건의 조서에도 불구, 구속을 피했다. 법원은 승리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가능성도 적다고 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재신청을 포기한 듯하다. 수사에 허점이 있음을 자인한 꼴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형사사법에서의 반칙과 특권을 없애라는 국민적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핵심 원칙 중 하나가 ‘경찰의 1차적·본래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부여’다. 버닝썬 수사를 보면 ‘제 머리도 못 깎으면서 남의 머리는 제대로 깎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든다.

버닝썬 사건은 사회의 온갖 비리가 드러난 부끄러운 현장이자, 위험을 알리는 경종이다. 폭행과 마약, 성폭력, 불법동영상 유포, 경찰유착 등 한국 사회의 병폐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부실수사의 오명에서 벗어날 기회는 남아 있다. 버닝썬 사건은 관련자 몇 명을 구속하고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어서도 안된다. 마약 유통·성폭력·불법동영상 유포 근절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경찰만 나서서 될 일도 아니다. 정부와 사법당국, 정치권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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