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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 및 총강, 경제 분야를 추가 공개했다.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은 헌법 상위조항에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총강에는 수도(首都) 조항을 신설했다. 경제 부문에선 토지공개념 조항이 포함됐다. 하나같이 지방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담고 있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부터 바꾸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자치재정권도 확대했다.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제도도 헌법상 권리로 격상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제2국무회의 성격의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도 환영할 만하다. 위기에 처한 지방의 실정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라 할 만한 발상의 대전환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권력의 분점과 분산을 골간으로 한다. 그러나 20년 넘게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허울뿐이었다는 게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인 재정구조는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요원하다는 점에서 ‘2할 자치’란 말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돼 향후 30년 내 전국 3482개 읍·면·동 중 40%가량인 1383개가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은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는 지방을 살리는 길이자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목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용과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토지는 공급이 한정된 재화이다. 엉뚱하게 이용되면 일부 부자들만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등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독일 등 국토가 좁은 유럽 일부 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으므로 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도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은 관습헌법의 낡은 틀을 깨고 향후 법률로서 수도 이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좌절됐던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야당의 ‘쪼개기 공개’ 비판에도 연일 개헌안 발표를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 발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야당이 개헌에 무대책이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때마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안 합의를 위한 야4당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개헌안 마련을 위한 여야대표 모임을 내놓았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이제는 여야가 개헌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각자 대안을 내놓고 개헌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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