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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여부를 의결할 예정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가 공사강행을 주장하는 노조의 반발로 일단 무산됐다. 이는 지난달 국무회의의 공사중단 의결 이후 공사강행은 물론이고, 정부의 탈원전 원칙마저 무산시키려는 원자력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의 집요한 ‘흔들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일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요금폭탄의 공포를 조장하고, 공론화위원회를 백안시해왔다.

그러나 이날 민간 자문 그룹인 ‘전력수요 전망 워킹그룹’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의 2030년 전력수요 전망치가 7차 계획 대비 11.3GW 정도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력수요 전망치가 감소하게 되면 전력설비를 확충할 필요가 적어진다. 신고리 5호기 용량이 1.4GW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8기 용량의 예상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어느 정도 힘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때 원가상승요인이 9조원에 달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과장된 것임이 드러났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19대 대선에 나선 후보 다수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심지어 보수후보들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재검토(유승민) 혹은 지질조사 결과의 반영 후 결정(홍준표)을 공약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탈원전의 흐름엔 사회적인 합의가 녹아있다. 경제논리로 결정됐던 정책이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당장 지금은 값싼 에너지를 써서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명이 다된 원전을 폐기하고,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이들은 우리의 후손이다. 그건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는 격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은 탈원전을 향한 첫걸음일 뿐이다. 중립적인 인사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그 토대 위에서 시민배심원단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절차가 남아있다. 공론화위원회를 비전문가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최근 탈원전 반대성명에 나선 전문가 가운데 정부의 원자력연구 개발비를 받은 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에게 중립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최종 결정은 전문가가 아니라 전기를 쓰고, 세금을 내야 하는 시민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더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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