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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아파트단지와 계약한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스티로폼은 물론 플라스틱도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하지 않겠다고 하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단지에서는 비닐·플라스틱 등을 분리수거함에 배출하는 대신 종량제 봉투에 담도록 요구함으로써 혼선을 부추겼다. 재활용 가능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48개 재활용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폐비닐·스티로폼·플라스틱 등의 정상수거 계획을 확인했다.

환경부가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정상 수거하기로 수도권 지역의 재활용품 수거업체들과 협의했다고 밝힌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 폐비닐과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이 담긴 쓰레기 봉투가 쌓여있다. 권도현 기자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지난해 7월 중국이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한 것이 으뜸 요인이다. 폐기물들의 가격이 폭락하자 국내 재활용업체들도 수거를 꺼리게 됐다. 최대 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중단조치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환경보전과 위생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중국의 태도에 토를 달 수는 없다. 오히려 호황일 때의 시장구조에 안주했다가 중국이라는 돌출요인에 취약점을 드러낸 정부와 지방정부, 아파트단지, 업체 등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청주와 대구 등에서 재활용품 수거 문제가 불거졌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또 현행법상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수십년간 개별 아파트단지에 맡긴 채 손놓고 있었다. 개별 아파트단지가 자체 수익을 위해 민간 재활용업체와 계약해온 수십년의 관행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수거업체 지원, 폐비닐·일회용컵 등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자체 역시 쓰레기와 관련한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개별 아파트단지에 넘겨준 쓰레기 처리권을 회수하든지, 아니면 각 단지의 재활용품 배출현황을 파악할 시스템을 갖추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아파트단지들도 자체 수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처리비용을 탄력적으로 분담하는 상생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주민들에게도 업체가 수거한 분리배출용품의 30~40%는 이물질 때문에 쓸 수 없고, 따라서 소각비용만 추가로 든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2016년 전 세계에서 판매된 플라스틱병(페트병)은 4억종에 이른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단 7%였다. 그런 플라스틱병이 분해되는 데는 450년이 걸린다.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스티로폼, 유리병(100만년), 일회용 기저귀(500년) 등과 함께 ‘신(新)십장생’의 대표주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번 쓰레기 대란을 재활용 분리수거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아울러 플라스틱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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