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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렀던 아직 저개발국가인 부탄이 환경 보호를 위해 범국민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트레킹 루트 곳곳에, “자연은 모든 행복의 원천” “자연이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속해 있다” “지구는 우리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지 우리 일부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같은 팻말들이 있었다. 심지어 산골의 초등학교도 옆 개천을 입양하여 관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체험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배울 것이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히말라야의 맑은 공기였다. 서울에서 겪는 미세먼지 자욱한 하늘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실 우리나라는 중위도 편서풍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서쪽에 있는 히말라야의 맑은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제트기류 같은 대기흐름을 타고 오게 된다. 그럼에도 서울의 공기가 나쁜 이유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대체로 바람에 의해 희석되거나 쓸려가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가지만, 때로 바람이 약해져서 대기가 그대로 머무르는 경우, 특히 대기 상층에서부터 고기압이 자리 잡아 공기가 상하로 섞이는 현상을 막아버리는 경우에 문제가 심각해진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부분은 중국이 나서서 노력해줘야 한다. 중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가면서 협의해 나가야 하겠지만 단기간 내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당장은 우리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는 흔히 화력발전 같은 요인을 탓하지만, 미세먼지 분포 지도에서 인구와 활동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 중심부가 거의 항상 나쁘게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만들어내는 요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이 요인이 우리는 아직 데이터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30퍼센트를 넘는다고 한다.

생활주변의 미세먼지는 생활 패턴을 ‘미세먼지 저감형’으로 바꿈으로써 줄이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가용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한다든지,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바꾼다든지, 에너지 사용이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다든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전거나 대중교통 인프라, 친환경차 교체 지원, 에너지세금의 조정 등과 같은 정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더 맑은 공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자발적 노력을 하는 데 따르는 생활의 불편함은 상당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함께 동참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거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들이 노력해주면 내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먼저 나서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누구도 저감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맑은 공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또 다들 이를 위해 조금씩은 노력할 의도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은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게임이론에서 얘기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각 구성원의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어 주지 않는 한 지속된다.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저감노력을 사회의 각 구성원들과 각 부문이 다 함께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무래도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동력을 만들어 내기 쉬운 위치에 있으므로 앞장서야 할 것 같다. 우선 가정, 직장, 공장, 자영업체, 농업, 선박(벙커C유) 등 각 구성원 각 부문이 처한 위치에서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행동 항목을 전문가들의 토의와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서 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시민의 참여(예를 들어 대중교통 활용, 노후 경유차나 유해 공장 등에 대한 시민 감시, 작은 차 타기 등)가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추진과정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면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다들 동참하면 우리 모두가 좀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환경, 기후 관련 여러 단체나 NGO, 특히 각급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기꺼이 참여해준다면 범사회적 노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보다 더 맑은 공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정홍상 | APEC기후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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