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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내란의 수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파렴치한 행태가 끝이 없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알츠하이머병을 이유로 첫 재판에 출석을 거부할 무렵 멀쩡히 골프를 치고 다닌 사실이 확인됐다. 아무런 문제없이 골프를 칠 수 있는 상태임에도 와병을 내세워 재판 출석을 기피해온 셈이다. 거짓말로 국민을 기망하며 역사의 법정에 서기를 거부해온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18일 (출처:경향신문DB)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다. 이후 전씨 측은 재판 연기를 신청하고 광주에서 재판을 못 받겠다며 관할 법원을 옮겨달라고 우기는 등 재판을 지연시키더니, 지난해 8월 첫 재판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 7일 두번째 재판에도 역시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 등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전씨 측이 주장한 대로 “방금 한 일도 기억이 안되는 상태로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이를 닦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으로 골프 라운딩을 할 수는 없다. 전씨는 지난달 6일에도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강원도에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전씨가 지팡이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걸어다니며 골프를 쳤고, 일행들과 대화도 활발히 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건강’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해온 것은 결국 5·18 관련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작이었을 뿐이다.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을 학살한 것과 관련해 1997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사면으로 죗값을 채 치르지도 않았다. 전씨는 38년이 지나도록 광주 영령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1980년 ‘광주 학살’을 자행하며 권력을 찬탈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회고록을 쓰면서 광주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 전씨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 헬기 사격 등 ‘광주 학살’의 진실을 밝히고 그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골프를 즐길 만큼 건강에 문제없는 게 확인된 만큼 다음 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한다면 이미 발부된 구인영장을 추상같이 집행해야 한다. 전씨에게도 역사와 광주 시민 앞에 속죄할 마지막 기회다. 성실히 재판에 임해 응당한 죗값을 치르는 것이 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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