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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발표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빼는 데만 초점을 맞춰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으며,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이 현저히 약화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경찰에 대공수사를 맡기는 것은 1987년 박종철씨를 고문해 사망케 한 남영동 대공분실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개특위 전면 보이콧까지 거론했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빠졌다. 게다가 개혁안을 담은 법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이기 때문에 적어도 여당과는 사전에 협의하는 게 바람직했다. 개혁 방안도 당사자인 국정원·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발표했다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안 핵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억지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더는 일이다. 따라서 권력기관 간 견제라는 기본원칙을 지켰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경찰의 비대화만을 걱정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이 짙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한국당은 “대공수사에서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하는 것은 간첩 수사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라고 하지만 정보기관에 수사 기능까지 두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반인권의 문제다. 국경출입기록을 조작해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둔갑시킨 것이 불과 5년 전 일이다. 권력기관의 독립성 확보 방안이 빠졌다는 주장도 제 얼굴에 침뱉기다. 그들은 현직 검찰총장을 외압으로 강제 퇴진시킴으로써 검찰 독립성을 무너뜨린 전력자들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시민 위에 군림한 권력기관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당리당략이 개입될 수 없다. 야당이 절차적 결점을 핑계 삼아 권력기관 개혁을 저지한다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고, 대공수사 역량을 유지할 방안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여권도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원칙을 밝히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인권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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