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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보수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남한 주최 국제체육행사이므로 태극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남남갈등을 대한민국 장관이 부추기고 있다”며 도 장관의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올림픽의 평화구현 가치는 물론 한반도기의 역사도 외면하는 억지나 다름없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공동응원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대형 걸개로 만든 한반도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반도기 반대 주장에는 위험한 반평화 논리가 담겨 있다. 한반도기는 남북이 합의해 만든 통일 염원의 상징이다. 결코 색안경을 끼고 볼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이 시비를 거는 것은 위중한 한반도 정세야 어떻게 되든 남남갈등을 부추겨 정략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은 한반도기를 불온시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임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기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집권할 때 탄생했다. 전두환 정부가 출범할 때 한반도기에 관한 남북 논의가 시작됐고, 노태우 정부 때 확정돼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남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2007년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아경기대회까지 9차례나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했다. 그때마다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환영을 받았다. 지바 대회 때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이를 문제삼기는커녕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랬던 보수세력이 지금 와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마치 한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남북선수단이 마치 평창 올림픽 기간 내내 한반도기만 사용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여론 오도도 문제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개·폐막식 공동입장 때뿐이다. 나머지 모든 행사, 예컨대 개막식과 시상식에서의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은 여느 올림픽과 똑같다. 한반도기 사용은 남북이 공동입장하면서 태극기나 북한 인공기 어느 하나만 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조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북핵 문제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북한을 향한 모든 소통채널이 막힌 상태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다.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태도 한반도 평화를 깨려는 불순한 시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은 무책임한 선동을 멈추고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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