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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64회 생일 축하 난 화분의 수령을 세 번이나 거부하는 황당한 소동이 벌어졌다. 뒤늦게 이를 보고받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축하 난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의례적인 생일 축하 난조차 수용 못하는 청와대의 협량(狹量)이 놀랍다.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은 여야가 합의한 쟁점법안마저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하 난을 주고받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화 하나 보내는 것도 일일이 결재한다는 박 대통령의 경직된 업무 스타일로 미뤄 그것이 과연 현 수석 개인의 판단만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현 수석 개인 판단이라고 해도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최측근이 축하 난을 거부한 것은 그것이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한다고 봤기 때문일 터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편협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돕다가 제1야당의 대표로 변신한 김종인 위원장을 향한 개인적 감정을 노출하면서 공사를 구분 못하는 지도자가 됐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 축하 난 화분._권호욱 선임기자


대통령은 야당이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며 국민 서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 국정운영은 정치 현안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야당과 대립하더라도 축하할 것은 축하하고 생일 덕담도 주고받다 보면 엉킨 현안도 풀 수 있다. 이런 상식을 외면하고 아이들도 하지 않을 유치한 소극을 벌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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