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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쟁점법안의 하나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현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어딘지 모르고, 유권자들은 출마하는 후보가 누군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설 연휴에 모인 가족들이 총선을 두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조차 어렵게 됐다. 국회의 심각한 직무유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거듭 밝힌 바와 같이 선거구 공백 사태에는 여당 책임이 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는 24일부터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 18~19일까지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더불어민주당 측에 밝혔다고 한다. 더민주는 이 같은 약속에 따라 원샷법 표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테러방지법을 선거법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앞서 여야는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이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새누리당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원샷법 또한 새누리당이 원한 대로 통과됐다. 여당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야당의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야당의 무능이 여당의 후안무치에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은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일방적 항복만 요구하는 행태는 ‘정치’가 아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 논의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_경향DB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어제 본회의 발언은 거대 여당의 오만이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조 의원은 더민주의 원샷법·북한인권법 처리 합의 파기를 언급하며 “의원도 아닌 분, 비대위원장인가? 그런 분이 300명 국회의원이 합의한 안을 뒤집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난했다. 여당 의원이 제1야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폄훼한 것은 정치 도의상 용납하기 어렵다. 오만이 지나치면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대통령 관심 법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선거구 획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정 의장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른 시일 내 선거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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