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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육료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논란이 3개월 만에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도 교육청이 교부금을 쪼개 어린이집 보육료를 부담하도록 교육부가 법 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교육재정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보육료의 추가 부담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다시 ‘보육대란’을 자초하려 하는지 정부에 따져 묻고 싶다. 이런 무리수를 쓰면서 시·도 교육청에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을 지워야 할 만한 정책적 이익이 있는지 의문이다.

박홍근 의원(새정치연합)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어린이집 보육료 등을 교부금에서 사용하도록 교부금법의 목적 조항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률을 개정해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 주체를 시·도 교육청으로 명문화해 논란을 원천봉쇄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교부금 제도 개선 필요성 주문이 나온 뒤 첫 후속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현행 영·유아법은 어린이집 보육료를 교육청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 충돌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유아법도 바꿔야 한다.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법률적 문제는 또 있다. 어린이집은 일부 교육 기능을 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시·도 교육청이 관장하는 시설이 아니므로 자연히 보육료 부담 의무도 없다. 교육부의 이번 방침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위배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무상보육은 국가 책임”이라고 약속했고 당선된 뒤엔 “중앙정부 부담”이라고 확언한 바 있다. 교육부는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도 교육청은 그러잖아도 올 교부금 예산이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 줄어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 명예퇴직 수당마저 주지 못해 수천명의 신규 교사를 뽑아놓고도 발령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도 교육감들은 최근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교육재정 운용을 선진화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며 배신감까지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전환을 하기 바란다. 어린이집 보육료 문제는 교육복지의 현안일 뿐 아니라 멀리 보면 증세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시·도 교육감들과 소모적 기싸움을 반복할 게 아니라 이참에 보육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도 복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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