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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만난 데 이어 그제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 대표대행이 다시 회동했다. 주 대행은 통합 논의를 했다고 시인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버리면 통합이 가능하다”며 합당의 조건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통합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에 의해 선택된 다당체제가 보수통합으로 양당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에 제동을 걸자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두 당의 통합하자는 논리와 동기, 추진 방법이 영 이상하다. 우선 통합론의 출발점이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정당지지율이 19.7%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온 게 결정적 동인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참고만 해야 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당 간 통합을 추진한다니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추진 시점도 문제다. 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당 통합론으로 의원들의 김을 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유도하고, 호남지역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당의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크고, 호남에서 양당의 통합에 대한 지지 여론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변한다. 중도를 지향하는 두 당의 이념과 노선 차이도 크다.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국민의당이 케케묵은 안보관에 갇혀 있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이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정강·정책이 어느 정당과 잘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당이 모든 정당을 상대로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시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론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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