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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3주년을 맞은 제2연평해전을 두고 이념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보수 세력은 제2연평해전 발발 다음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일 월드컵 폐막 경기를 보려고 일본을 방문했고, 교전 이틀 뒤 열린 희생 장병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부 보수 정치인과 보수단체는 김대중 정권이 대북 햇볕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희생자 추모 행사 규모를 정부가 아닌 해군 차원에서 축소해 치르도록 했다고 공격했다.



이런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이 있는데도 교전 다음날 일본을 찾은 사실만 강조한 것은 김 전 대통령을 폄훼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낳는다. 희생자 영결식 불참 문제도 군의 관례와 의전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국방부와 총리실이 여러 차례 해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이 제2연평해전을 야당과 진보 세력을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나 보수의 정치적 공세와 무관하게 야당 및 진보 세력의 태도 또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방문 문제만 해도 오래전 예정된 정상회담 일정을 보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우리 군 장병 6명이 숨지는 대형 안보 사건이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본 측의 양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불의의 사건으로 생때같은 자식과 남편을 잃은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하고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무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한·일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해 웃으며 손을 흔든 것은 관례에는 맞는 일일지 몰라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챙기지 않고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평판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진보 세력은 안보 사건이 발생하면 조건반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 있게 의제를 주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진보 세력은 안보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만들어졌다. 이와 반대로 보수 세력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세력은 안보와 평화가 배타적 가치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 가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안보를 구하는 최선의 수단은 평화이며, 평화를 담보하는 최고의 도구는 안보이기 때문이다. 안보를 위한다며 평화를 외면하거나, 평화를 추구한다면서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모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이다. 제2연평해전은 진보와 보수가 갈등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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