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친박근혜 의원들과 이에 맞선 비박 의원들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의까지 열며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들은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잘 생각해 보겠다. 당내 의견을 더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비박계 재선의원 20명은 성명을 내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다”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친박계에 맞섰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대립이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군현 사무총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계 최고위원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등 그의 거취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_경향DB



여당이 이같이 내홍에 빠져드는 동안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당장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과 하반기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그리스발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데 나라 살림을 맡은 집권당은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어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연평해전 13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일부러 평택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들은 빠졌다. 이들은 민생을 논의하는 자리는 외면하면서 대통령을 위한 총대 메기에 급급했다. 김태호 최고위원 등도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가세, 당이 온통 권력 투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집권 3년째인 올해를 선거가 없는 마지막 해라며 민감한 정책을 추진할 적기라고 한 바 있다. 이른바 국정의 ‘골든타임론’이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스스로 설정한 황금 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면서도 이 과정을 이끌어나갈 자기 당의 원내대표를 흔들고 있다.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없이는 어떤 당정 협의도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새누리당이 진정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매듭짓고 하루빨리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받고 싶으면 당 주도권 싸움 대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