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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내쫓기 위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친박 핵심 의원들은 주말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모여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서 의원에게 일임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집단 사퇴를 통한 유 원내대표 압박 무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 의원들의 유 원내대표 축출 운동은 용납되기 어려운 부적절한 행동이자 명분 없는 행위다. 의원 다수에 의해 뽑힌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비판했다고 하루아침에 쫓아내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신들이 뽑아놓은 원내대표를 쫓아내려면 그에 상응하는 잘못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유 원내대표의 그간 행동이 자리에서 축출돼야 할 상황인지 친박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유 원내대표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그동안 침묵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또 이명박 대통령 때 당의 뜻을 존중해달라고, 민의를 잘 살펴달라고 외쳤던 것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화를 내자마자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친박 의원들이 ‘영혼 없는 하수인’을 자임하는 꼴이다.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경기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 등을 겨냥하며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쪽은 박 대통령과 그를 옹위하는 친박계다. 이번 기회에 유 원내대표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하여 다음 총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하려는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유권자는 없다. 유 원내대표가 두번 사과한 것으로 박 대통령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당 지도부 탓만 하면서 자신의 그릇된 국정운영에 복종하라고 강요한다면 원내 사령탑이 누가 되든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과 합의해온 여당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원내대표가 허수아비라는 인식을 강화할 뿐인데 그렇다면 여야 관계의 미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무성 당 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 친박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집권세력 앞에 닥친 이 위기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성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제력을 잃은 대통령이 축출하라고 찍은 당 지도자를 몰아내는 일이 성공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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