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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난 8일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보수세력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이 남북경협을 위한 제재 완화에 부정적임에도 정부가 아랑곳없이 남북경협론자를 지명해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연철 내정자를 “ ‘남북경협’ ‘북한 퍼주기’에 매몰된 인사”라고 했다. 보수언론들은 ‘강성 햇볕론자’로 평가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자해적 수단”이라고 비판한 것도 문제 삼았다. 

보수세력들의 비판은 근시안적이다. 통일부는 분단국의 특성을 반영해 통일 업무를 추진하는 정부조직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때로는 국제사회와도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외교부 외에 통일부를 별도로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통일부의 수장으로 남북경협을 강조하는 전문가를 내정한 것이 그리 잘못된 일인가. 

미국 국무부 당국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제재 면제를 검토하냐는 질문에 “노(No)”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들어 보수언론들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이 ‘분별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미국이 안된다고 하니 한국은 입을 다문 채 가만 있으라는 말로 들린다.   

금강산관광은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사업으로 북한 핵개발과 무관하다. 관광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도 아니고,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한국의 독자 제재에 유엔 제재가 추가로 겹치며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사안은 아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기업활동과 재산권 등 헌법적 권리가 3년 넘게 침해당하고 있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물론 국익을 위해서도 남북경협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수세력들은 외면하고만 있을 것인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단계적 비핵화’론이 힘을 잃은 듯 보인다. 하지만 70년간 불신이 쌓인 북·미가 비핵화를 단번에 타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단계적 비핵화는 재추진돼야 하고, 남북경협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새 통일부 장관이 추진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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